Diary/Essay

우울증은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

해달 2022. 8. 17. 00:45

우울증을 정확히 언제부터 앓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돌이켜 봤을 때 2019년 7월부터 좀 심하게 앓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내 생활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무엇이든 열의에 가득 차고 눈빛이 반짝였다면 그 이후로는 모든 걸 하기 싫어했달까. 그때 '행복이란 게 무엇일까', '나는 왜 살아야할까', '죽으면 다 편해지지 않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 겨우겨우 마음을 다 잡았지만 3월에 좀 큰 사건이 터지면서 더욱 수렁에 빠졌었다.

 

그 이후,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 억지로든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나름의 제약을 만들어 놓았었다. 만약 그마저도 없었다면 정말 그냥 집에서 하릴없이 누워만 있었을 것 같다. 계속 새로운 자극을 느끼기 위해서 여러 사람도 만나고 그랬다. 운이 좋게 첫 직장에 들어갔지만,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였기에 회사 생활에 좋은 영향을 주진 못했고, 수습이 종료 되었었다. 이후엔 또 운이 좋게 주변에서 날 찾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른 회사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상당히 루즈한 곳이었다. 이때까지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진 않았다. 아니 못한 걸까?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항상 마음 속에는 이전에 눈빛이 반짝였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변화가 생긴 건 지금 직장으로 이직한 후부터였다. 수업을 준비해야 했고, 천성이 책임감을 엄청 느끼는 지라 대충 임할 수 없었다. 새벽까지 깨어 있으면서 자료를 준비했고, 추가적인 업무까지 진행하면서 불살랐던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그동안 루즈한 환경에 적응되어 있어서 좀 힘들었지만, 금새 생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적응한 뒤로는 다시 예전처럼 공부 태도, 학습법 등은 자리 잡혔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프로그래머로서의 커리어를 끝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늘 공부해야 하는데, 이거라도 다시 자리가 잡혀서 다행이다. 하지만, 루틴 형성과 도파민 중독에 대해서는 개선이 더 필요해보인다. 일과와 단기, 중기, 장기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고, 휴일이 되면 늘어지는 생활, 그리고 계속해서 자극을 추구하는 모습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열정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목숨만 유지할 뿐이다.' 어디서 본 글귀다. 우울증을 앓은지 벌써 3년쨰가 되어 간다. 그저 목숨만 유지하는 삶에서 피하고 싶다. 늘,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