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Diary] 2019년 회고록

해달 2020. 1. 2. 17:08

 새해가 시작하고 무려(!) 하루가 더 지나서야 작성하는 작년에 관한 회고록이다. 짧지만 그 간 살아오면서 작년만큼 힘이 많이 든 해도 없었던 거 같다. 작년을 회고하면서 앞으로는 무엇을 해나갈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대학 생활

 곧 있으면 대학 생활도 끝이 난다. 마지막 학년 중 가장 큰 이슈라고 한다면 단연 졸업작품 전시회이다. 나는 포트폴리오에 하나 더 추가할 요량으로 게임을 선택했었는데, 어찌저찌 통과하긴 했으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서 일거리를 적절하게 분배하지 못했던 거 같고, 이끄는 것도 많이 모자랐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서 표현의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고, 게임 서버 쪽을 공부하면서 전체적인 그림은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너무 사람들한테 높은 잣대를 들이밀곤 해서 그거에 맞추지 못하면 내가 무시 당하는 것 같고, 감정이 많이 요동쳤었는데, 이제는 누군가한테 피드백을 줄 때도 드라이하게 주게 되었고, 휩쓸리지 않아졌다. 쓸데없이 감정 소모하기 보다는 앞으로에 좀 더 포커스를 둘 줄 알게 되었다.


 이외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비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래밍 튜터링과 학습 동아리도 참가하고, 지인을 통해서 스타트업도 잠깐 가서 도와준 적이 있다. 튜터링은 가르치는 게 쉽진 않아도 보람찼고, 학습 동아리는 너무 귀찮아서 주변 사람들한테 추천해주고 싶진 않고, 스타트업 구경은 창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자격증도 취득했는데, 컴공이라는 걸 인증해주는 ‘정보처리기사’와 ‘Unity Certified Associate’를 땄다. 그리고 학점도 어찌저찌 채웠다. 학업에 많은 시간을 쏟진 못했는데, F를 면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학 때 다른 요건도 채워서 빠르게 끝낼 예정이다. 


Unity의 예제 중 하나인 Tank Battle 기반으로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만들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BCSD Lab

 나의 대학 생활 절반을 함께한 IT 특성화 동아리이다. 지난 2년 동안 회장을 하며 다양한 일들을 했다. 2번의 컨퍼런스와 워크샵 진행, 4번의 신입생 모집, 약 10번 정도의 카드뉴스 배포 등을 하며 취업 준비 프로세스도 진행하였었다.


 16년도 이후로는 후배들과 크게 친해지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운영 개편으로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19학번 후배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들어온 모든 애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서 진짜 한 명 한 명 케어를 열심히 했었는데, 결국 모든 애들이 남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래도 열정 있는 아이들이 꽤 남아서 걔네들을 통해서도 좋은 영향과 기운을 많이 받았다.  또, 신입생들에게 교육을 해주면서 그 간 배웠던 것을 망라하여 정리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카드뉴스 기획도 쉽진 않았지만 다른 영역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건 Game Track에서 프로젝트를 제대로 끝낸 게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개선해 나가기 위해 어떻게 지침을 줄지 친구와 고민하고 많이 얘기해야겠더라. 한 학기에 프로젝트 하나라도 배포할 수 있는 그런 Track이 되도록 해야겠다.


 이제 내가 동아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회장이 고민하는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고 문서화하고, Game Track내에서도 어서 멘토 단계로 올라야할 것 같다.


동아리 홈페이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울증

 2019년도에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작년은 내게 있어 정말 어두운 한 해였다. 조금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시기에 가정사가 잇달아서 터져 결국 무너져 내렸었다. 학교를 다닐 수 있을지, 취업 준비는 할 수 있을지, 동아리 운영은 잘 할 수 있을지 등 다 자신이 없었다.


 정확히는 하기 싫었다. 그때쯤 ‘이런 것들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고, 아침에 깨어나는 것이 싫었다. 그냥 계속 꿈만 꾸고 싶었다. 현실을 마주하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다시 상처 받고 싶지 않았다.


 많이 방황했다. 억울함도 되게 많았다.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울분이 터진다는 것이 무슨 표현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살겠다고 주변에 여기저기 소리친 것 같기도 하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워 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 상담 선생님과 친구들, 선배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아직 여전히 남아있는 찌꺼기는 있지만, 나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음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도와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우울증 다시는 만나지 말자 ㅜ

수주

 작년엔 생활고도 닥쳤었다. 소득분위가 올라가게 되면서 국가근로장학 및 근로장학 모두가 다 안됐었다. 어떻게 생활비를 벌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지도교수님으로부터 D 대학교의 교수님이 Unity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찾는다고 하여 그쪽 외부 연구생으로 참여해 일하게 되었다.


 내가 맡은 일은 두개골 구강해부학 구조도 교보재 어플을 제작하는 것이었는데, 이전 프로그래머가 짜놓은 모든 코드를 리팩토링을 하고, 약 4개월 내에 이전 프로그래머의 1년치 작업량보다 많은 일들을 해냈다.


 이 일을 하면서 느꼈던 게 많았다. 먼저 나는 그동안 참 돈을 쉽게 벌었다는 것이다. 근로장학이나 편의점 알바는 복잡한 일도 아닐 뿐더러 엄청난 책임감을 요구하지도 않지만, 이 일은 받는 돈만큼 끝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고, 그로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두 번째는 의사소통 체계의 중요성이다. 내가 경험하던 협업은 BCSD Lab에서의 경험이 거의 대부분이다. 워낙에 동아리 자체가 고도화된 프로세스를 가지다보니 의사소통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는데, 이거는 되게 애매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간접적으로 의견이 나한테 전달되는 경우도 많았고, 교수와 디자이너 간 소통 불화도 간간히 존재했다. 마감 하루 전에 수정 요청이 들어왔을 때에는 굉장히 아찔했다 =_=..


 그래도 흔치 않은 기회와 경험이라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아무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날이 올까..?

취업 준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에 들어갔었다. 동아리 내에 취업 준비 프로세스가 있어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도 작성하며 7개의 기업의 문을 두드려봤고, 운좋게 면접도 두 번 다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N사 공채였다. 처음부터 별 기대하지 않은채로 지원했는데, 계속 붙어서 좀 떨떠름했다. 지금 생각하면 코딩테스트, 필기테스트 모두 어떻게 붙었나 싶다. 면접은 다대다였는데, 같이 본 면접자 중에서는 중고 신입도 있었다. 그 분들 포트폴리오를 들으니 진짜 포트폴리오를 많이 개선해야겠다 싶었다.


 이제는 학업도 어느정도 종료되었으니, 본격적으로 매진하려고 한다. 작년에는 쫄아서 지원을 많이 못했는데, 올해는 기술도 쌓으면서 좀 더 공격적으로 이곳저곳 다 찔러볼 생각이다. 하나는 되지 않으려나..?


2019년은 추진력을 얻는 해였다!

TID

 학기 초에 무기력증을 이겨내보려고 ‘게으름 방지 모임’을 만든 적이 있었다. 당시 한 1-2주 정도는 잘 되나 싶었는데, 결국 내가 잘 이끌지 못해 흐지부지 됐었다. 마음 한 켠에 이에 대한 미련이 좀 남아있었는데, 동아리 회장 임기 종료 후에 조금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새로운 변환점으로 삼을 겸 ‘Today I Did’라는 모임을 창설하였다.


 이 모임은 매일 계획을 세워 얼만큼 수행했는지 공유하며, 서로 자극을 줘서 꾸준함을 만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나 포함 총 12명이 함께 하고 있는데, 구성원들 모두 잘 참여해줘서 이전하고는 다르게 만든 이후로 잘 운영되고 있다. 아침과 오후에 의지를 북돋는 글을 직접 쓰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 점도 솔찬히 재밌다.


 이 모임의 가장 좋은 점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준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여러가지 정책을 좀 더 수립해 모임을 더욱 활성화 시키고 싶다.


TID는 나의 의지를 북돋는다.

앞으로는?

 워런 버핏, 제프 베조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CEO들은 5~7년 정도의 장기 계획을 세워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신기루와 같았던 목표를 붙잡고 달려온 것이 아닌가 싶다. 또, 작년에는 관성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저들처럼 5년 정도의 장기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5년 동안은 ‘가난의 종식’을 목표로 달려볼 생각이다. 여기서 가난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것도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도 있다. 이제 더는 심적으로 가난해지는 것도, 힘들어하는 것도 지쳤기 때문이다.


 아팠지만, 작년의 일을 통해서 나는 조금은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행동 강령은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한데, 일단은 자기 통제력을 강화와 취업을 할 생각이다. 이외의 것은 차차 마인드맵과 만다라트를 통해서 정리하려고 한다.


 앞으로 아마 더 많은 시련이 있을 거고, 그와중에 몇몇의 성공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한 해는 성공과 실패 어느 쪽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는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는 어른이를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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